통합과학 비타민③ 이 세상은 물질과 에너지로 만들어졌다!

어릴 적 이야기다. 거실에 누워 책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김장을 담그기 위해 칼로 무를 썰기 시작하셨다. 커다란 무가 반으로 잘라지고, 다시 반으로, 또 다시 반으로 잘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몸이 난도당할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무를 보면서 불현 듯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무를 계속 자르면 어느 크기까지 자를 수 있을까?’

물론 그 시절의 나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이었으니 당연히 답을 찾지 못했다. 오늘날 과학을 가르치는 내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그건 무를 자르는 칼의 종류와 무를 자르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다르겠지?’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아마도 질문자는 실망하며 이렇게 중얼거릴 것이다. ‘저런 녀석이 과학 선생이라니….’

위와 질문은 다르지만 답이 같은 질문이 있다.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 졌나요?’라는 질문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혹은 어떤 이는 일생을 걸고 고민하는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말하면 ‘물질’과 ‘에너지’다. 이 세상은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나의 어머니 김명심 여사에게 난도당해 맛있는 김치가 된 무는 물질이다. 우리가 늘 보는 나무, 집, 자동차, 사람도 모두 물질이다. 즉, 여러분이 보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은 물질이고, 물질이 아닌 것은 에너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별빛이 쏟아지는 야외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쬐던 모닥불은 에너지다. 여러분이 매일 보는 햇빛도 에너지이고, 번개와 전기도 에너지다. 자, 이제 이 세상은 물질과 에너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질문할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그러니까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냐고요?”

그렇다. 질문의 핵심은 이 세상을 만든 근본 물질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 때문인지, 이러한 질문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당대 유명한 석학들은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2600년 전 사람인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Thales, 기원전 625년~547년)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답했으며, 자칭 신이라고 주장했던 2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기원전 490년~430년)는 모든 물질은 물․불․흙․공기라는 4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플라톤과 더불어 그리스 최고의 사상가로 꼽히는,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Αριστοτέλης, 기원전 384년~322년)는 물질은 물․불․흙․공기 4개의 원소에 건조함․차가움․따뜻함․습함이 가해져 다른 원소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주는 ‘에테르’라는 5번째 원소로 가득 차 있다고도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18세기에 이르러 프랑스의 국민 화학자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Lavoisier, 1743년~1794년)가 물을 분해하기 전까지 2000년 이상 인류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싸구려 금속으로 금을 만들고자 했던 중세 시대 연금술사들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신봉한 자들이다. 2000년 이상 자신의 주장을 사람들이 믿게 하다니, 자고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라부아지에

손만 대면 모든 것을 금으로 변화시켰던 마이더스가 되고자 했던 연금술사들은 결국 실패했다. 현대 과학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금을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사들의 집요함으로 화학은 좀 더 발전하게 된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는 화학의 발전에 기여한 셈이 되는 것이다. 과학에는 이러한 우연들이 생각보다 많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뤄 보도록 하자.

연금술 이후로도 이 세상을 만든 근본 물질에 대한 인류의 탐구는 계속되었다. 18세기 이후 급속도로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근본 물질들을 하나, 둘씩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근본 물질들을 ‘원소’라고 부르게 된다. ‘원소’들은 모두 ‘원자’로 이뤄져 있다. 이쯤에서 여러분들은 또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원소’는 무엇이고, ‘원자’는 무엇인가?”

일단 원소는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을 말하며,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말한다. 여기까지 읽어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원소를 살펴보면 원소의 정의에서 핵심적인 문장은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이루는 기본 물질을 알고자 했다. 그렇다면 기본물질을 어떻게 알아낼까? 꼬마 최상훤이 생각했던 것처럼 자르면 어떨까? 자르는 방식에 대한 답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영어로 출판된 과학책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코스모스(Cosmos), 1980년』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년~1996년)은 그의 저서에서 애플파이를 칼로 반씩 나누기를 90번 하면 기본 알갱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애플파이를 그렇게 작은 조각으로 떼어낼 수 있는 예리한 칼은 없다고도 말한다. 즉, 자르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분해’하는 것이다. 물질에 열이나 전기 등을 가하면 분해된다. 계속 분해하다 보면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 남게 되고, 그것이 바로 원소이다. 더 이상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이 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을 물․불․흙․공기라고 했다. 일단 여기서 ‘불’은 물질이 아닌 에너지다. 나머지 물․흙․공기는 모두 분해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는 모두 원소가 아니다. 물론 고대 그리스 시대에 물․불․흙․공기를 분해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갖고 있었을 리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들을 원소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 시절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보다 대략 2000년 후 사람인 라부아지에조차도 1789년 33종의 원소를 발표하면서 지금은 원소가 아닌 산화칼슘(CaO), 산화알루미늄(Al2O3)등을 원소라고 발표했으니 말이다.(라부아지에 시대에는 산화칼슘이나 산화알루미늄을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우러러 보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위해 대신 변명을 해 봤다.

현대에 와서 물은 전해질을 조금 넣은 후 전기를 가해주면 쉽게 수소와 산소로 분해된다. 그런데 수소와 산소는 더 이상 분해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물은 원소가 아니지만 수소와 산소는 원소다. 이 수소와 산소를 자세히 살펴보면(실제로 보았다는 말은 아니다) 수소는 수소원자 두 개가 결합한 수소 분자로 존재하고, 산소 역시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산소 분자로 존재한다. 이렇듯 현재 원소로 밝혀진 물질들은 모두 원자라는 기본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는 가장 가벼운 수소부터 가장 무거운 우라늄까지 92종이 있고, 원자도 역시 92종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동위원소는 제외하고 설명했다. 동위원소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

여러분 앞에 레고 블록으로 만든 자동차가 있다. 이 자동차를 만드는 기본 블록을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좀 과격한 분들은 집어 던질 것이고, 과격하지 않은 분들은 블록을 떼어낼 것이다. 어쨌든 자동차를 분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분해하다 보면 결국 기본 부품들만 남게 될 것이다. 기본 부품들을 보니 ‘1볼록이’(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이 말을 쓴다) 30개, ‘2볼록이’ 20개, ‘3볼록’이 10개가 있다. 물론 훨씬 더 다양한 블록들이 있겠지만 이정도로만 예를 들자. 이 블록들은 더 이상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원소’가 된다. 실제 ‘분해’를 레고를 ‘분해’하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여기서 원소는 ‘1볼록이’, ‘2볼록이’, ‘3볼록이’ 3가지이다. ‘1볼록이’는 총 30개가 있다. 크기와 모양이 같은 ‘1볼록이’ 30개는 30개의 ‘1볼록이 원자’이다. 마찬가지로 ‘2볼록이 원자’는 20개고 ‘3볼록이 원자’는 10개이다. 이 레고 자동차는 총 3종류의 원소(1볼록이, 2볼록이, 3볼록이)와 총 60개의 원자로 구성된 것이다.

정리해 보자. 이 세상은 92종의 원소와 에너지로 이뤄진 것이다. 92종의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통해서 다양한 물질들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의 출입이 뒤따르는 것이다. 자, 이 내용에 대한 마지막 질문이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92종의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빅뱅’이라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다음 시간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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